위시빈 여행작가 시빈이님의 여행기 및 여행꿀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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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빈이가 이번에 소개할 일정은 "Emblem"의
유럽(독일)일정 이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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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모시고, 무려 신형 벤츠를 렌트해서 독일을 돌아다녔시빈!
부모님과 함께라면, 좋은거 보고/먹고/자고 하는거시빈!!
부럽시빈! 여행 다닐 당시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작성한
"Emblem"의 독일 자동차 여행을 보러가시빈 :3
사진도 넘넘 예뻐서 시빈이도 독일 가고싶어졌시빈ㅠㅠ
여행국가: 프랑스,독일
여행일: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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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기 Part 1] 하나, 이민가방과 함께한 10시간의 프랑크푸르트행 대이동!
어제 귀국을 마치고 엄청나게 빠른 시차적응까지 마쳤다.
사진 한 장을 올리는데에 삼분씩 기다려야 했던 유럽생활 팔개월.
그와 비교해 보면 일초도 되지 않는 시간 추가되는 사진전송의 엄청난 속도에 다시 한 번 놀라며
드디어 61일 여행기 정식 포스팅을 진행하려고 한다 :)
한달 정도 걸릴 듯한 작업이지만 내가 온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원하기에 도전해보는 작업이다.
이전, 여행을 다니며 매일 적었던 포스팅은 따른 꼭지를 만들어 이웃공개 한정으로 옮길 예정이다.
ps 여행의 후기는 조금 더 심신이 안정되면 올리려 한다.
*본 포스팅은 여행 당일 작성한 메모를 토대로 완성되었습니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환승을 위해 미친듯이 이동해 동역으로 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열차 플랫폼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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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고생의 시작
잠이 든 시간은 새벽 두세시인데 눈을 뜬 시간은 여섯시 정각이었다.
혹시라도 기차를 놓칠까 잔뜩 긴장한 몸은 제시간에 알아서 눈이 떠졌다. 아침잠이 넘쳐나도록 많은 나의 평소 행실에는 기적같은 일이다.
모기장이 없어 마음껏 환기를 시키지 못해 너무 더운 CROUS 기숙사 방 온도때문에 우리는 깨끗이 닦은 바닥에서 잤다.
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일어나 부스럭거리며 가방을 챙기고 화장을 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육개월만에 어무니와 아부지를 보는 날이자
'2주간의 호화자유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7시경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트램을 탔다.
사실상 여행의 모든 일정 중 오늘이 가장 고비였다.
한 시간의 텀을 두고 파리에서 역을 환승해야했으며
환승한 후에도 프랑크푸르트 기차역에서 공항까지 이동해야 했다.
내 짐은 45키로에 육박한다. 어제 그 짧은 기간 짐을 끌고 온 것만으로도 손에는 물집이 잡힐뻔 했다.
숨을 크게 쉬고 트램을 이용해 약 8시경, 보르도 역에 마지막으로 도착하였다.
요즘(2014년 6월 기준) 프랑스 철도청은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뜨겁다.
덕분에 시간마다 한대씩 있던 파리행 tgv 열차는 거진 3-4시간에 한대로 바뀌었다.
다행히 내가 예매한 시간은 취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출발해야했던 사람들의 대기행렬로 인해
8시 18분 기차는 거의 만석이었다.
낑낑대며 이민가방과 케리어를 양손에 끌고 수십번을 넘어지며 기차 앞에 도착했으나 이미 내가 탄 coach 의 짐칸은 가득 차있었다.
민폐와 쪽팔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복도 한 쪽에 커다란 내 이민가방을 세워두고 수시로 확인했다.
파리 직행열차이고, 파리에서 내릴 때 가장 먼저 내리면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3시간의 파리행은 그날따라 더욱 짧게 느껴진다.
휙휙 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도 왠지 모르게 이쁘게 느껴진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신기하게도 모든 풍경을 독특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마법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 담긴 너른 밀밭, 방목해 기르는 소,그리고 틈틈히 나오는 오밀조밀한 프랑스의 농가가 기억에 수를 놓듯 콕콕 새겨진다.
때로 멈추어 서는 시골 작은 정류장에서는 SNCF 라는 프랑스 철도청의 커다란 마크와 함께 정겨운 차장과 직원들이 짐을 옮기는 할머님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 풍경을 때때로 쳐다보다가, 때로는 잘 되지 않는 인터넷으로 계속해서 프랑크푸르트의 정보를 검색해보다가 포기했다.
이제는 너무 지루해져버린 한글 여행책은 가방 한구석에 깊이 밀어두고 나는 주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파리에 도착했다.
9일간의 렌트카는 신형 벤츠였다.
우리가 첫 시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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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파리 몽파르나스역에 내리자마자 '나름 빠른 속도' 로 이동하려 했으나, 마음이 조급할 수록 가방은 더욱 넘어지기만 할 뿐이다. 중심이 잡히지 않은 이민가방은 이리 뒤뚱 저리 뒤뚱거리면서도 요상하게 바퀴는 부러지지 않고 굴러갔다.
그러나 그런 나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였을 테다. 실제로 동양 여자애 한 명이 파리 역 한구석에서 미친듯이 짐을 끌고 가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파리 사람들은 신기한듯 지켜보았다.
물론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지, 지켜보기만 하진 않았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계단기슭, 울퉁불퉁한 파리 지하철 복도를 통과할 때 정말이지 오늘만 몇 명이 되는 파리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었는지 모른다. 통로를 계속 같이 걸어가준 사람부터 계단 한두개 올라가는 것을 도와준 사람까지, 지금 기억나는 얼굴만 해도 약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날 도와주었다.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골목을 비켜주면서 사람들에게 짐이 지나간다고 알려준 중국계 아주머니, 짐을 번쩍 들고 계단을 내려가준 흑인 청년, 친절히 기차역 플랫폼까지 도와준 SNCF 직원 등등.. 이 분들을 위해 오늘 하루만 진심어린 merci beaucoup 를 연발했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내가 1시간 10분이라는 시간동안 환승을 거쳐가며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동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까.
동역에 도착해 플랫폼 앞에 섰을 때, 다음 환승 기차의 출발 시간은 정확시 15분이 남아있었다. 아슬아슬했다.
이미 약간 갈라져 따갑기까지 한 손을 후후 불어가며 오기 반 끈기 반으로 짐을 질질 끌며 기차 칸에 올라탔다. 역시나 짐칸은 모두 차있었기에, 이번에도 복도측에 조심스럽게 내 짐을 놔두었다.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차는 역시 파업의 여파로 인해 50분이 연착된 상태였다. 프랑스 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일로 넘어가기 때문인지 기차 안에는 80프로 이상의 사람들이 독일인이었다.
신하게도 몇개월 살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유럽 내의 사람들'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인,독일인,스페인인 같이 그 특징이 확실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있으면 도저히 모를 수가 없다. 독일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무표정과 심각함 그리고 그들만의 '얼굴상'이다. 가장 전통적인 게르만 민족의 혈통을 한 그들의 독특한 얼굴상은 무표정과 심각함 그리고 웃지 않는 얼굴과 만나면서 '독일인'인상을 더욱 굳혀준다.
환승이 가장 고비였기에, 짐을 던져놓고 긴장이 풀린 나는 그대로 2시간동안 골아떨어졌다. 혼자 도대체 얼마나 추한 모습으로 잠을 잤는지, 문득 급작스레 떨어진 고개때문에 내가 놀라서 눈을 떠보니 기차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나는 국경 바로 앞에 있었다. 정말 바로 앞에. 곧 얇은 강줄기가 나왔고, 강줄기 건너편 독일 국기를 통과하며 나의 약한 인터넷 신호도 끊겼다. 그 얇은 강줄기로 언어와 문화 심지어 민족마저 다른 독일과 프랑스가 나뉘어진다. 자느라 지인들과 충분한 연락도 하지 못했기에 조금 아쉬웠다.
Hotel Zum Lowen의 작은 앞마당
몽파르나스역 더 알아보기http://blog.naver.com/bestmin21
2. 부모님을 만나다
본래 기차가 연착되지 않았다면 어무니와 아부지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기차의 연착때문에 부모님이 공항에서 기다리지 않으셨으면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허겁지겁 프랑크푸르트 기차역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초록색 라인 s7 s8)을 잡아탔다. 비행기 표시가 있어 쉽게 알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지하철 티켓은 지하철 플랫폼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에 있는 ticket 기계에서 구매해야 했다. 공항까지의 편도는 약 5유로였다.
표를 사고 꽤 자주 있는 s 7 s 8 라인을 잡아탄 후, 하나도 모르는 독일어때문에 연신 영어를 써가며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다 보니
지하철은 어느 새 공항에 도착해있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아기는 유모차 안에서 울지도 않고 큰 검은 눈으로 나를 줄곧 바라보았다.
프랑크푸르트는 꽤 작은 도시라 기차역에서 공항까지 약 10분정도, 역으로는 3개 역정도만 통과하면 바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는 '2개의 공항'이 있다. 이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 flatform 1 과 2로 나누어지는 프랑크푸르트의 공항 중 1은 주로 서양국가, 2는 동양 및 중동국가의 비행기와 연결된다. 그러나 지하철과의 개찰구가 직통으로 연결된 공항은 1 이다. 인접한 공항 2까지는 skyline(지상트램)이나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 공항이 두개인지도 몰랐던 나는 인천에서 오는 비행기가 이 공항에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의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몸 혼자라면 모르지만, 내게는 딸린 짐들이 무려 50키로에 근접하니까. 혹시라도, 공항이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위치하면 어떻게 하지..?
온통 마음에 쌓인 그 순간의 근심이 얼굴을 통해서 그대로 피어나왔나보다. 다행히 친절한 공항직원은 내 얼굴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셔틀버스를 타면 되고 그 거리는 2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내 짐을 들고 같이 셔틀버스 승강장까지 이동해주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혼자 짐을 끌고가던 나를 중국인 여행객으로 안 몇 분의 중년 중국인 관광객들이 내게 말을 거셨다. 내가 중국인이 아님을 내가 아는 유일한 중국어 문장 "나는 한국인입니다" 로 설명하면서 나는 flatform 2 로 이동했다.
2 는 1보다 더 작았다. 그래도 어무니 아부지를 본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이 짧은 순간에는 짐이 그리 무겁다고 여겨지지가 않았다.
다만 저 멀리서 어무니를 본 순간, 갑자기 미친듯이 넘어지는 이민가방과 함께 정말 주저앉아버리고 싶었다. 약간은 떼를 쓰고싶은 느낌, 어무니가 저 멀리서 나에게 다가오니 안심이 되는 마음 등을 복잡다난하게 느끼며 나는 연신 엄마를 불러대었다. 이런 걸 보면 난 아직 철이 덜들었나보다.
물론 거북알 아이스크림을 먹고 포카칩을 500원에 살 수 있었던 그날보다 훨씬 발전한 기술의 발달로 잦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던 덕분에 우리 셋은 꿈에 그리던 감격의 재회라던지 눈물나는 포옹을 하진 않았다. 다만 늘어난 몸무게와 눈에 보이는 신체적 변화(머리길이 등)을 보고 놀라던 아부지는 내 모습을 보고 줄곧 놀려대시기만 했다. 그리고서 아부지는 곧 렌터카를 빌리러 약속장소로 이동하셨다. 그 동안 나와 어무니는 보르도에서 사온 정통 꺄놀레를 까먹으며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는 첫 "호화 자유여행"이다. 부모님에게는 첫 "자유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설레고 낮선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서로의 들뜬 상태는 유난히 심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근교에 자리한 작은 가족호텔
Hotel zum lowen
프랑크푸르트 공항 더 알아보기#Hotel Zum Lö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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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벤츠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호텔 Hotel Zum Lowen 으로
작은 문제가 생겼다. 아부지가 한국 사이트에서 예약하신 렌터카 사장이 40분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은 것이다. 나야 이 느긋한 유럽 사람들 덕분에 인내심 한계수용치가 늘어나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부모님은 렌터카 시간을 이토록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마조마해하셨다.이미 렌터카 비용은 지불되었기에 혹시라도 사기를 먹은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강하셨나보다. 로밍한 아부지의 폰을 잡고 여러 전화번호에 전화를 건 끝에 겨우 렌터카 사장과 연결되었다. 사장은 불평을 하는 내게 연신 놀라면서, 자기 역시 계속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중간에 연결해준 한국 사이트에서 사장에게 meeting point 를 정확히 전달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안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화내는 것도 이미 끝난 일에 헛바람 넣는일처럼 느껴졌다. 결국 모든 일은 좋게좋게 넘어갔다.
미안한 마음에였을까, 그가 가져온 픽업차량을 타고 이동한 렌터카 본사에서 렌터카 사장이 가져온 카는 무려 벤츠였다.
나로서는 처음 타보는 벤츠였다. 그것도 중형 크기로, 그리고 갓 새로 출고한 새 차였다! 디젤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소음이 나지 않는 차에 우리 셋은 다들 놀라워했다. 독일에서는 벤츠가 국산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벤츠는 어려운 차였다.
운전을 잘 하시는 부모님께는 꿈의 차이기도 하셨다. 앞으로 일주일간 이런 벤츠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부모님의 표정에서는 마치 내가 새로 핸드폰을 구매한것만큼 즐거워보이셨다.
부모님조차 놀라워한 내 45키로의 짐을 차 트렁크에 던져넣듯이 쑤셔넣고, 우리는 '여행'의 대략적 준비를 마쳤다. 차에 대한 간단한 조작방법을 들은 후 우리는 차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을 찍고 바로 아부지가 예약한 근교 호텔로 이동했다. 프랑크푸르트 역 앞에는 물론 호텔이 매우 많이 위치하고 있었지만, 부모님은 여행의 첫날 번화가의 호텔보다는 근교 주택지역에 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개인 운영 호텔을 선택하셨다.
'호텔'이라... 여행과 숙박을 연결지으면 내 답은 무조건 15유로 이하 호스텔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던 내게 호텔의 가격대는 도저히 예측하기도 힘들다. 일단, 너무 비싸다! 하룻밤 호텔의 가격은 거진 내 열흘 호스텔 숙박과 맞먹을 뿐더러 아부지는 모든 호텔에 조식이라는 서비스를 붙이셨다. 세상에. 안하던 짓을 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이젠 평가만 봐도 어느 호스텔이 머물기 괜찮은지 대략적으로 감이 잡히는데에 비해 호텔은 가격부터 평가까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호텔 예약을 해야 할텐데, 아부지 없이 어무니와 할 두 나라 오일 여행이 세삼 걱정된다.
프랑크푸르트 근교 가족호텔 hotel zum lowne은 4성이었다. 매우 작고 팬션같은 규모였으며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약 10분, 시내에서는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주택가에 위치한 만큼 조용하고 목가적인 디자인이 참 귀여웠다. 차가 없다면 오기 힘든 위치였으나, 친절하고 젊은 주인의 설명이라던지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주는 호스텔의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방 역시 괜찮았다. 다락방 형식의 디자인에 좁지 않은 방 크기는 역시나 도미토리가 익숙해진 내게 불안한 행복을 선물해주었다. 이런 호텔에서 지내다가 다시 10유로 초반 가격대의 16인실 호스텔로 돌아가도, 다시 적응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부모님은 시차적응때문에 비행기에서 잠을 거의 주무시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거진 9시였다. 짐만 잠시 내려놓은 우리는 무리하지 말고 '시내의 지리'를 익히자는 차원에서 간단히 드라이브를 떠났다. 차에서 내리지 말고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크게 한바퀴 돌아보며, 내일 아침에 주차해놓을 공간과 볼거리들의 위치를 파악해두자는 것이었다.
날씨는 쌀쌀했다. 그러나 역시 아우토반의 독일 명성만큼이나 드라이브 코스가 참 예뻤다. 산림욕을 따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푸른 나무가 고속도로의 터널처럼 펼쳐져 있는 짧은 시골길에 연신 감탄하며, 우리는 짧은 1시간 30분 정도의 드라이브를 얼른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 시간으로 따지자면 밤을 거의 지새우신 부모님은 정말 힘들어보이셨다. 사실 나는 맥주가 매우 마시고 싶었으나, 앞으로 독일에서 지낼 날은 많다. 바쁘게 다니는 여행이 아니니까, 나도 부모님의 '첫 자유여행'을 피곤으로 점철하고싶진 않았다. 열한시가 약간 안된 시간, 별이 많이 보이는 하늘을 뒤로 하고 우리 가족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얼마나 작은지 손님이 오지 않자 문을 걸어잠근 리셉션을 배경으로 잠깐 추위에 떨며 별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호스텔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하루 종일 이동을 하느라 손은 다 갈라져버렸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아도 12시간 전 내가 어떻게 이 짐을 다 들고 왔을까 라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힘들었다. 아마도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프랑크푸르트에 앉아있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했을테다. 그래서 더욱 행복하다. 그 덕분에 내 여행의 시작이 아무 탈 없이 시작할 수 있었을 테니까.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그리고 이제 '간단하게라도' 적어갈 앞으로의 여행 메모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을 녹여내며 나는 부모님이 모두 잠에 드신 밤 12시 30분 경 이렇게 조심스럽게 첫 번째 메모를 마친다.
맑은 날씨의 일요일 프랑크푸르트의 풍경이 벌써부터 한껏 기대된다 :)